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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무비

영화후에는 아트하우스 모모의 관객참여 프로그램입니다. 관객들이 나누는 영화 이야기로 새로운 시선과 감성을 더해갑니다.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오후 2시 영화 상영 후 진행됩니다.

[후기] 2019년 4월의 영화後후에 - <나의 작은 시인에게> 교육과 재능 그리고 나의 어린 꿈에게

2019년 4월의 영화後후에 - <나의 작은 시인에게>

교육과 재능 그리고 나의 어린 꿈에게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두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트하우스 모모의 정기 프로그램 ‘영화후에’가 지난 4월 27일에 열렸다. 이번 달의 영화는 <나의 작은 시인에게>, 영화를 일찌감치 감상한 모모 큐레이터들의 추천이 이어져 선정될 수 있었다. 영화는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리사’가 자신의 학생 ‘지미’에게 시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냈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직전, 포스트잇에 적은 키워드 중에 하나를 사회자가 꼽으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열렸다.

 

“제목을 왜 다르게 번역했을까?”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원제는 <The kindergarten Teacher>, 즉 직역하면 ‘유치원 교사’정도가 된다. 영화를 보면 정작 주인공은 작은 시인이라기보다는 중년 여성 유치원 교사인데, 배급사에서 수입하며 다른 제목을 붙인 것이 불만이었다며 김형욱 모모 큐레이터가 말을 걸었다. 이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미화된 느낌”, “영화가 시적으로 유려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등 몇몇 관객이 공감을 표했다.

한편으로는, 주인공인 리사가 평생교육원을 다니면서 시를 열심히 배워 예술적 욕망을 충족시키려 했지만 재능이 없어 그러지 못했던 자신과 다르게 다섯 살에 천재성을 보이는 지미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도 나왔다. 천재성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아쉬워하며 보호하고 싶은 마음의 일종의 ‘찬사’를 담아서 제목을 달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또 영화에 나오지 않은 ‘영화 밖 장면’에서 리사가 지미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렸다는 감상과 결을 같이 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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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가 정말로 모차르트 정도의 천재성을 가졌을까요?”

영화에서는 리사의 입을 통해 지미가 천재라고 반복한다. 그런데 정말 지미가 천재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재능을 가졌는지 우리가 알 길은 없다. ‘내면의 폐허’를 가진 리사의 마음에 지미의 시가 너무도 좋았기에 그녀에게는 그만큼의 천재성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진짜 천재였다고 할지라도 어른의 시각에서지, 지미 본인은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걸로 보아 아무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말이 이었다.

모차르트를 데리고 유럽을 투어 하는 등 모차르트에게는 그의 천재성을 보존하고 키우는 데에 아버지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리사가 모차르트의 아버지처럼 행동하고 싶어 한 것 같다는 사회자의 덧붙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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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있어서 선이 되게 애매할 때가 있어요.”

영화의 주인공인 리사가 유치원 교사다보니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한 관객은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선이 되게 애매할 때가 있다”며 “보람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희열로 바뀔 수도 있는데, 욕심을 낼 때 화를 내다가도 내버려 두는 등 ‘선을 왔다갔다’ 하게 된다”고 입을 열었다. 영화 속 리사 역시 ‘내가 가르치니까 지미의 시가 발전하는구나하는 희열감에서 시작된 욕심과 자부심의 경계에서 왔다갔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물음도 이었다.

또 리사가 낮잠을 자는 지미를 깨워서 시를 읊게 하는 등 주입하려는 모습을 볼 때에는 ‘아동학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리사의 행동을 우리가 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냐는 관점도 있었다. 지미가 시 속의 ‘애나’가 리사 본인이 아닌 같이 일하는 보조 교사임을 밝혔을 때의 반응 등을 봤을 때 어느 정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기도 한 것 아니냐는 덧붙임은 영화의 마지막으로 가는 사건과 결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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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이자 아내, 중년 여성이라는 타이틀의 리사에게 초점을 맞춰봅시다.”

지미보다 리사에게 조금 더 집중을 해보면 교사, 아내 그리고 중년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다. 그런 타이틀로서의 역할만 20년 동안 해오다 지미의 천재성을 발견하면서 동시에 본인의 능력을 드디어 발견한 것이라는 시각이 제시되자, 이 영화가 얼마 전까지 모모에서 상영하기도 했던 <더 와이프>의 과거형처럼 느껴지면서 많이 떠올랐다는 감상이 덧붙었다.

“중년에 어느 정도 엄마로서 여러 가지 역할을 다 하고, 그게 나의 재능이든 누구의 재능이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용기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 관객도 있었다. 대부분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를 밀고 나간 게 너무 좋았다는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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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소설을 한 번이라도 써보고 싶어요.”

사회자는 소설을 쓰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꿈을 나누며, 지금은 소설을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재능을 꽃 피우진 못하고, 재능을 꽃 피우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라면서 말이다.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는 소설을 직접 써보고 싶다는 그의 말에 다른 관객들도 자신들의 과거를 흔쾌히 나누었다.

영화 <위플래시>를 떠올릴 만큼 되게 무서웠고, 무서운 만큼 애정이 깊었던 피아노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었지만, “볼펜으로 때리던” 피아노 선생님이 “어느 정도만 시키는” 선생님으로 바뀌면서 피아노에 대한 재미를 잃었다는 사례는 교사(혹은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취미로 붓글씨를 10년째 하고 있다는 한 관객은 여전히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몇 달만 배워도 작품전을 하기도 하는 캘리그라피와 다르게 수련 과정이 매우 긴 특수성을 가진 게 붓글씨라고 덧붙였다. 여전히 가훈을 써보는 것도 힘들다는 그는 아직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더 배우고 더 오래 수련하면 실제로 나를 표현하는 작품으로 나와 줄지 궁금하기는 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더 와이프>나 <콜레트>와 같은 영화도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하고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그게 천재성이든 뭐든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은 하나씩 가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리사를 전적으로 지지할 순 없지만 동경, 안타까움과 같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관객의 말로 정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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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어벤져스> 볼 때 저는 <러브리스>를 봤어요.”

끝으로 소감을 나눌 때, 원제가 뭔지도 몰랐다며 “혼자 와서 보고 갔다면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되어서 좋은 시간이었다.”는 관객의 말은 ‘영화후에’의 가장 기본을 보여줬다. 이어 “얘기를 나눌수록 영화의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거나 “같은 장면을 두고도 다양한 생각을 한 것을 들으며 관점을 넓혔다”거나 “원래는 혼자 와서 보기만 했는데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감상들은 영화 감상 직후에 펼쳐진 ‘영화후에’가 “숨은그림찾기”하는 기분이었다는 표현으로 상징되는 듯 했다.

“예술 영화관에 오면 제일 아쉬웠던 게 영화만 보고 가는 것”이라는 소감과 “일반 GV와 다르게 일반 관객끼리 틀려도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어서 좋은 자리”라는 소감을 함께 들으니 ‘영화후에’의 상이 조금은 더 명확해지는 듯하다. 여러 관객들이 입을 모아 동의한 “영화의 완성이 바로 여기”있다는 표현이 결코 과찬은 아니었던 셈이다.

‘영화후에’가 펼쳐진 시점 일반 극장가에서는 상영관의 대부분을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벤져스>가 역대급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하는 와중에 모모에서는 또 다른 영화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누고 있었다, ‘영화후에’처럼. “남들이 <어벤져스> 볼 때 <러브리스>를 봤다”는 어느 관객은 다음 달에도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 더 꾸준하고 더 다채로워질 ‘영화후에’와 아트하우스 모모가 기대되는 자리였다.

 

사회: 김형욱 모모 큐레이터

사진: 권한마로 모모 큐레이터

기록: 박세훈 모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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