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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씨네토크 후기] <B급 며느리> with 선호빈 감독,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B급 며느리씨네토크

일시: 2018년 1월 24(저녁 8시 상영 후

장소아트하우스 모모 1

게스트: 선호빈 감독 <B급 며느리> 연출

진행자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선호빈 감독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 이틀에 한번 어머니께 항의 전화를 받고 있고, 

아들은 유치원가서 '우리 엄마가 B급 며느리야' 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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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GV에 참여 중인 (좌측부터) 선호빈 감독,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진명현 대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오셨다. 감독님 먼저 관객 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린다.

선호빈 감독: 이렇게 추운 날 영화 보러 오시다니 감동스럽다. 고맙습니다. 하하

진명현 대표: 한차례 GV를 진행을 했는데 이 영화는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다양했다. 개봉하고 나서 어머니와 진영 씨가 어떤 얘기를 하시던가

선호빈 감독: 진영이는 딱히 신경 쓰며 사는 스타일이 아니라, 남의 영화 얘기하듯이 좋겠다고 하더라.(웃음) 어머니는 아까도 통화를 나눴는데, 신문에 또 나오지는 않는지 걱정을 하시더라. 영화 보면 아시겠지만 어머니는 체면이 중요한 분인데 부끄러운 집안 일을왜 공개하느냐고 걱정이 많으시다. 이틀에 한번정도 어머니한테 항의 전화를 받고 있다.(웃음)

진명현 대표: 어머니께서는 포털 사이트 댓글도 찾아보시는 건가?

선호빈 감독: 일일이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 친구 분들이 영화에 대한 뉴스를 보고 전화를 한다고 하시더라. 실은 어제 어머니께 화를 냈다. 아들의 영화가 개봉하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기인데 엄마는 창피하다고만 하시지 말고, 홍보를 해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진명현 감독: 감독님과 어머니 사이에 새로운 속편이 나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봉 이후에 달라질 상황들에 대해 어머니와 진영 씨에게 당부를 해준 건 없는가?

선호빈 감독: 진영이는 강한 친구기 때문에 오히려 댓글보고 상처 받은 나를 위로해준다. 진영이가 당황하는 순간은 매체 인터뷰 할 때인데, 여성 기자 분들이 진영이를 엄청 좋아하더라. 제가 감독이니까 으레 악수를 청하고는 진영이한테 가더라. 언젠가는 슈퍼에 갔다가 김진영 씨죠?’ 하면서 알아봐서 약간 부담스워도 하지만 워낙 강한 친구라 우려하지는 않는다. 아버지가 개봉 축하를 해주셨는데, 이게 축하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웃음) 아들이 하는 일에 대해 응원하고 관심을 가져주시는 여느 부모님들과 똑같다. 오히려 제가 알딸딸하다. 스코어도 살피면서 상처받기도 하고, 요즘 다른 일을 볼 수가 없어서 일부러 페이스북 게시글도 다 지웠다. 그래도 영화가 개봉되어 영화제보다는 많은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은 좋다.

진명현 대표: <B급 며느리> 속 어머니와 진영 씨 캐릭터를 바라만 봐도 재미가 있다. 남의 집 얘기하는 엄마의 전화를 엿 듣는거 같은 엄청난 재미가 있는 영화다. 여성분들이 많은 공감을 표했는데, 남자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우려하는 시선이 었을 것 같은데. 신경 쓰인 부분이 있었다면?

선호빈 감독: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많았다. 제가 인정받고 싶은 영화제가 있다면 칸국제영화제 아니고, 서울여성영화제다. 근데 떨어졌다. ‘영화가 앞으로 나가야지, 왜 여기서 멈춰라는 얘기들... 혹은 예리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영화를 만들때 제가 가진 고민과 한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고 당시 제가 가졌던 생각만큼 연출을 한 것 같다. 비판도 많지만 인정한다. 다시 영화를 보면, 지금의 제가 또 많이 달라졌다는걸 느끼고 앞으로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아쉬운게 굉장히 많다. 그래서 다큐나 영화 만들기가 재밌다.

진명현 대표: 페미니즘이 화두이자 숙제에 당도한 시대에 담론을 만들어내는 영화여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함께 개봉중인 <피의 연대기>도 의문과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고 있고, 함께 보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관객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다.

Q1. 영화를 보면서 진영님의 팬클럽을 만들고 싶을 정도로 너무 당차고 멋있어 보였다. 애기가 똑똑하게 잘 클 것 같다. 진실하게 만든 다큐여서 더욱 좋았다. 좋은 영화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진명현 대표: 진영 씨에 대한 지지가 높다. 진영 씨는 어떤 사람인가?

선호빈 감독: 제가 진영이의 장점을 돋보이게 편집해 놓은 것도 있지 않나 싶다.(웃음) 얼마 전 영화 시사회에 장인 장모님을 초대했는데 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으니, 어떠실까 속으로 많은 긴장을 했다. 잘 보셨느냐고 여쭈니, ‘역시 내 딸이야하시더라. 진영이는 초등학교 때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 원하는 물건을 갖게 된다면 기분이 좋아져 성적이 오른다는 이유를 작성했다고. 진영이가 아버지를 닮았다. 사실 저는 이 영화 보면 우울하다. 당시 상황이 힘들 때였다. 생활비 걱정하고 사는 게 공포스러워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진영이는 낙관적이었다.

Q2. 영화가 페이스북 댓글을 봐도 엄청 하고 진영님 칭찬이 많았다. 모모는 저희 학교 안에 있는 극장이라 GV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영화 보면서 아직 제가 미혼이라 그런지 감독님 어머니 같은 분을 본적이 없어 놀랍기도 했다. 영화의 결말도 좋았다. 두 사람의 관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엄마에게 티켓을 예매하고 꼭 보여드리고 싶다.

선호빈 감독: 서울노인영화제에서 초청을 받았다. 의외로 할머니들이 며느리한테 감정이입을 하고 보시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론 5-6명은 중간에 나가기도 하셨다.(웃음) 제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속편 만들어 달라고 할머님들의 응원을 받았다. '누구나 이등병 시절이 있지않나' 생각도 들고. 그리고 모모에서 틀면 잘 만든 영화로 인정받는 것 같다.(웃음) 감사하다.

Q3. 결혼 21년차인데 예고편을 보고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21살 된 딸과 함께 왔는데 영화 보면서 귓속말로 너희 아빠랑 똑같다고 했다. 저도 영화 속에 나오는 시어머니와 같은 성격의 어머니를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두 사람을 보면서 정말 건강한 부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5-6년째 결혼생활을 이어가면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안 꺼내더라.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대화하고 다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게 현실이 아닌가 싶었다. 제가 시어머니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영화 속 진영 씨와 같은 방법이었다. 어머님들이 원하는 A급 며느리가 되려면 노예의 삶을 살아야 한다. 결국은 부딪혀서 깨트리고 나와야지만 며느리의 삶도 있는 거다. 부인이 어떤 말을 하던 잘 들어주는 남편이었던 감독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감사하다.

선호빈 감독: 느껴지는 게 많다. 저희 부모님을 포함해서 결혼 10-20년차 선배들을 보면 경외감이 생기더라. ‘결혼이 이렇게 힘든 거였어?’ 진짜 사는 게 이렇게 구질구질한지 몰랐다.(웃음) 진영이가 한 말 중에 사랑받으려는 욕구를 버리면 인생이 편해진다고 하더라. 근데 그게 잘 안되지 않나. 영화 모니터 받았을 때 남편이 쓰레기다’, ‘우리 남편이랑 똑같다또 오늘 인터뷰하는데 웹툰 며늘아기남편이랑 비슷하다고까지 하더라.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웃음) 남편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한다. 원래 인정 안했었는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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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B급 며느리>의 한 장면

 

Q4. 감독님 부부처럼 4살 딸을 키우는 부부다. 남편을 데리고 왔다.(웃음) 이 영화를 보고 공감을 많이 했고 느껴지는 바가 많다. 영화는 현실의 10%도 안되지 않나 싶다. 실은 제 마음을 위로하려고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오히려 진영 씨보다 남편 입장, 시어머니의 입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인공으로 영화에 등장하면서 객관화 시켜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영화 이후의 현재의 결말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데 어떤 답변을 듣더라도 두렵다. 시댁과 관계가 좋아졌다고 해도 상처를 받을 것 같고, 여전히 좋지 않은 관계라고 해도 답은 없구나는 체념이 되어서 여쭙기가 두렵다. 3의 답변을 해주시길 바란다.(웃음)

진명현 대표: 감독님 답변을 주시기 전에 질문주신 관객분의 남편 분께서는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다.

Q5. 우선 영화를 너무 재밌게 잘 봤다. 3일전에 집사람이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싶다고 카카오톡으로 모모 예매 페이지를 보내주더라. 제목이 <B급 며느리>길래 A급 첩보 액션 영화인줄 알았다.(일동 웃음) 회사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영화를 보러 온 건데 저는 나이를 먹는 30대 남편이다 보니 감독님을 보고 가장 놀랐다.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도 어쨌든 영화를 만들어냈고, 아내와 어머니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에 무엇보다 놀랐다. 저는 항상 중립을 지킨다는 생각에 얘기를 잘 들어주지 못했다. “내가 결혼 전에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는데라고 얘기한 아내분의 얘기는 제 집사람도 똑같은 얘기를 한적이 있다. 그리고 어머님도 네가 결혼하기 전에는...’ 이라는 전제를 달아 말씀을 자주 하셨다. 나도 결혼 전에는 '이런 결혼생활을 꿈꾸지 않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일 괴롭던 시기가 있었는데 감독님께서는 남편의 역할을 잘 해내시는 모습이 같은 남편으로서 존경스러웠다.

선호빈 감독: 여러분들의 경험담을 들으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있는데... 영화 속 저희 어머니의 모습은 수위를 조절해 1/3만 담았다. 그 이상을 담으면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힘들 거다. 진영이도 앞뒤가 맞지 않고 히스테리적일 때도 물론 있다. 다들 파이팅 하시길 빈다

영화의 결말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오늘의 관객들은 좋다고 얘기해주시니 놀랍다. 누가 강요하지 않고 진영이가 스스로의 생각으로 시댁을 가게 된 건 시간이 흐르고 감정 정리가 됐기 때문인 것 같다. 근데 오히려 저는 진영이의 감정적인 흐름이 납득이 안됐다. 진영이의 행동이 대리만족을 주고 통쾌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백기를 든건 아닌가 섭섭한 마음까지 들더라. 저는 답을 아직 모르겠는데 진영이는 얻어낸 것 같다. 웹툰 <송곳>을 보면 존중이란건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대사가 있다. 부모님도 마음이 변하고 진영이도 한발 물러 난거다. ‘나는 패배주의자 였구나하는걸 요즘 느낀다.

영화를 편집하는 과정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부부가 망각의 힘으로 살지 않나. 오늘 싸워도 다음날 같이 밥을 먹어야 하고. 영화를 수십 번 수백 번 보니 우울증이 오더라. 장점이 하나 있었다. ‘쉐도우 복싱처럼 계속 보다보니 다음번엔 이길 수 있을 것 같더라. 오늘처럼 밀도가 높은 GV는 처음인 것 같다.

진명현 대표: ‘아침마당같기도 하고 좋은 것 같다.(웃음) 웹툰 <송곳> 말씀하셨는데, 이 영화를 본 미혼들은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를 권력을 가진 거대한 집단과 그 안에 개인이 버텨나가야 하는 구조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선호빈 감독: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7일을 일했는데, 전기세가 '빵구'가 났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의지를 해야 하는데 점점 이 되고 종속되면서 할 말을 못하게 된다. 성실하게 살면 밥은 먹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닌가. 어떤 사람은 준비 없이 무언가를 해야될 때고 있지 않나. 육아정책에 대해 아시겠지만 지난 정권 때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었다.

진명현 대표: 고부관계가 영화의 중심축인데 또 한명의 주인공인 남편인 감독님은 가장 힘든 비정규직 중 하나인 독립영화 감독이자, 심지어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돈을 못 번다는 다큐멘터리 종사자기 때문에 더 힘든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흥미로운 <B급 며느리>라는 다큐가 탄생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Q6. 영화 속에서 처가의 모습은 담기지 않았는데, 일부러 배제한 건지 궁금하고, 영화를 보고나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서 입장이 바뀐 게 있는지 궁금하다.

선호빈 감독: 장모님을 찍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처갓집을 담았다면 진영이의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줬겠지만, 이분들의 사생활만은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장면을 편집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아버지랑 같이 오셔서 자리까지 앉았다가 영화관의 불이 꺼질 때 못 보겠다고 하고 나가셨다고 한다. 저는 이해한다. 어머니가 언젠가 마음이 편해지셨을 때 저랑 함께 봤으면 좋겠다. 아버지는 영화를 보셨는데 지금도 어머니가 해준이(아들) 옷을 사려고 하면 필사적으로 막는다고 한다.(웃음) 제가 백 마디 말하는 것보다 영화를 통해 아들과 며느리의 표정을 한번 보신 게 효과가 있었다. 진영이는 편집과정에서 영화를 많이 봤고, 해준이가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됐는데 재밌어 하더라. 유치원가서 우리 엄마가 B급 며느리야하고.(일동 웃음)

진명현 대표: 오늘 관객분들이 감독님한테 큰 힘을 주셔서 잊지 못하실 것 같다.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린다.

선호빈 감독: 깊이 있는 GV를 한 것 같다. 진영이가 이 말은 꼭 얘기해줬으면 하더라. 영화를 보고 비혼을 결심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은데. 진영이는 결혼해서 좋아하는 남자랑 자기 닮은 애기 키우는게 행복하고 결혼에 대해 긍정한다고 얘기를 하더라 다만. 결혼의 의미가 왜곡되어 있지 않나, 하는 얘기도 함께 전했다. 추운 날씨에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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