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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씨네토크 후기] <탠저린> with 박한희 변호사

<탠저린씨네토크

일시: 2018년 26(저녁 8시 상영 후

장소아트하우스 모모 2

게스트: 박한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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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저린> GV에 참여 중인 박한희 변호사


박한희 변호사: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여기 계신 관객 분들은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분들의 얘기를 듣는데, 영화 속 캐릭터들이 실제와 다르지 않게 가감 없이 보여줬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고, 엔딩의 메시지도 괜찮았다. 자유롭게 질문해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다.

 

Q1. 제가 LA에 짧게 살았는데 사실적이라 마치 다큐멘터리 보는 것 같았다. 영화를 보는데 마음이 아팠다.

 

박한희 변호사: 주인공 두 사람이 유색인이고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에서도 하층 계급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또 등장인물 중 라즈믹은 남성이지만 아르메니아 소수인종으로서 백인 사이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션 베이커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소수자들의 일상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더라. 과장되거나, 비약적으로 그렸다면 뻔한 영화가 됐을 것 같다.

제 소개를 드리지 않았는데 저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트렌스젠더 관련 인권활동가 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영화와 관련된 질문이나 트랜스젠더 관련 이슈 혹은 제게 궁금한 점이 있다면 편히 질문해주시면 좋겠다.

 

Q2 영화에서 조금 아쉬웠던 점은, 트랜스젠더들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킨 것은 아닌지, 실제로는 성공한 분들도 많은 걸로 아는데. 오히려 트렌스젠더에 대한 더한 편견을 주는 것은 아닌지 아쉽게 느껴졌다.

 

박한희 변호사: 캐릭터를 어떻게 묘사할 지는 창작자의 고민의 지점인 것 같다. 어떤 면에서 긍정적인 롤 모델이란 것이 필요하기도 하기도 하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긍정적인 사람들이 대비됐다면 도입부에서 '알렉산드라'와 '신디'의 거친 장면들이 긍정적인 묘사를 위한 장치로만 전락해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면에서는 나쁜 사람들이지 않나. 길가는 사람을 때리지 않나, 욕하지 않나.(웃음) 성소수자이든 여성이든 우리는 소수자들의 인권을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는 게 중요한 거라고 본다. 저 사람들이 비도덕적일 수 있고 범죄가 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인으로서 권리를 침해 받거나 차별을 받아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Q3. 이 영화에 대해서 배경지식이나 내용을 전혀 알고 온 것이 아닌데 혹시 텐저린이란 뜻이 껍질을 깐 오렌지라고 아는데, 이 영화상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다른 뜻이 있는지 궁금하다.

 

박한희 변호사:껍데기라는 의미는 있는 것 같다. LA라는 도시에는 백인 중산층만 사는게 아니라 껍데기를 벗겼을 때 그 안에 수많은 인종 소수자, 젠더 소수자, 계급적 소수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감춰져 있다는 걸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그 자체도 LA를 구성하는 요소이고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Q4. EBS <까칠남녀- 성소수자 편>에 출연하셨다. 방송이 많은 이슈가 됐는데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는지?

 

박한희 변호사: 처음 섭외를 받고는 많이 망설였다. 처음 단독출연을 제의 받았을 때는 고사했는데, 이후 좋은 기획인 것 같아 출연하게 되었다. 하리수 씨나 홍석천 씨가 방송에 나온 것만큼 성소수자들의 사회적 인식이나 삶에 대한 태도를 다뤄준 방송은 없었다. 그래서 방송에 나온다는 것,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낸다는 게 중요한데, 한편으로는 미디어가 과연 성소수자들의 어떤 모습을 그려왔는가가 제 안의 고민이었다. 아까 관객분이 <탠저린>을 통해서도 트랜스젠더의 어두운 면을 부각한 게 아쉬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리수 씨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마치 트렌스젠더는 하리수 씨처럼 여성스럽고 예쁠 것이다는 편견을 갖는다.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그렇게 예쁘지도 않은데 어떻게 트랜스젠더라고 할 수 있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까칠남녀>는 방송의 기획을 봤을 때 트렌스젠더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 출연했고 실제로도 만족스러웠던 방송이었다. 종영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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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탠저린>의 한 장면

 

Q5. 영화를 보면서 한국 트랜스젠더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박한희 변호사: 영화가 LA 배경이긴 하지만 한국이랑 비슷했던 것은 성 노동을 하시는 분들의 겪는 피해사례들이다. 트렌스젠더들이 사회적 인식 때문에 갈 수 있는 직장이 없기도 해서 유흥업계 종사자들이 많다. 범죄자로부터의 위험성, 트렌스젠더 라는 낙인, 사람들의 멸시 등이 한국의 트렌스젠더들도 많이 겪는 일들이다. 영화 엔딩에 신디가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지 않나. 한국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예전에 남산 길목에서 성매매 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밤에 성구매자를 만나기 위해 서 있었던 장소가 있다. 2013년도쯤 고교생들이 트렌스젠더를 상대로 폭행하고, 돈을 뺏어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붙잡고 나서 왜 그랬는지 물으니, ‘트렌스젠더는 신고하면 자신이 트렌스젠더라는 사실이 드러나니까 신고를 안 할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를 하더라. 영화와 다르지 않게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번호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맞게 부여되지 않나. 저는 성별 정정을 하지 않나서 주민등록번호가 1번으로 시작한다. 법적으로 아직 남성이기 때문에 신분증을 내야하는 모든 상황에서 불편을 겪는다. 가게에 가서 신분증을 건넬 때도 사람들이 쳐다보고, 특히 회사를 취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법원 예규에 주민등록번호 성별 번호를 바꾸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성인이어야 하고 성전환 수술까지 마쳐야 하고, 정신과 진단을 받아야 하고 미혼이어야 하고, 물론 자녀도 없어야 한다. 심지어 성인인데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또 성전환 수술은 비용이 비싸다. 1천만 원-2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건강보험 적용까지 안되고 있다. 일본은 다음 달 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게 정책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인권 운동을 해오면서 우리도 사람들의 인식이나 정책들이 느리더라도 조금씩 변화하는 걸 느낀다.

 

Q5. 여성으로서 성을 되찾으신 것이지 않나? 커밍아웃 이후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이었나?

 

박한희 변호사: ‘성을 되찾았다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제게 성별 정체성이 있었고, 제 선택에 의해 살아가게 된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았던 점이라기보다는 커밍아웃 이전에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지자책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뭔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그냥 이게 나의 삶이다. 많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잘못된 삶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Q6.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박한희 변호사: 요즘 일이 많아서 집에 가서 또 일해야 한다.(웃음) 오늘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회의를 하다가 왔다. 사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몇 년 전에 답하기 힘들었던 질문이 ‘5년 후에 뭐하고 살거냐는 거였다. 커밍아웃 하기 전까지는 5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살아있을지 조차 생각을 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매일매일이 바쁘다. 지난해는 생각지 않게 인터뷰와 방송 출연을 하면서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있다. 지금처럼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며 살고 싶다.

 

여러분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또 영화를 통해서 트랜스젠더에 대해 한번 생각을 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저를 통해 트랜스젠더 실제로 본 거 오늘이 처음이다하시는 분 있으신가? .. 한 분이 계신다.(웃음) 오늘 함께 자리해주시고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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