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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씨네토크 후기] <개 같은 내 인생> with 이상용 영화평론가

<개 같은 내 인생씨네토크

일시: 2018년 4월 21() 오후 3 10분 상영 후

장소아트하우스 모모 1

게스트: 이상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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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같은 내 인생> GV에 참여중인 이상용 영화평론가

 

성장이라는 여름

 

나이가 들어 영화를 다시 보니 주인공 소년 잉마르보다 외삼촌에게 감정이 이입이 되어 보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굉장히 좋은 어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계속 투덜대고 철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잉마르가 홀로 있을 때 문을 두드리면서 잉마르에게 관심을 항상 두고 있는데, 어른으로서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이 영화에는 다양한 어른들이 등장하는데 좋은 어른들이 많았고 이웃들의 관계가 잘 깔려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른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된 것 같습니다또 좋은 영화는 시간의 격차를 두고 보게 되면 다른 것들이 눈에 많이 보이는 구나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잉마르의 이야기도 하겠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하면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성장이라는 여름이라는 제목을 꼽았는데요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어머니에 대한 회상 장면인데 여름 배경입니다여름에 일어났던 잉마르의 경험담이 전개가 되는데어머니의 죽음을 인내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받아들이는 순응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성장의 의미를 명백하게 띄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만든 할리우드에서 만든 일련의 영화들인 <사이드 하우스> <길버트 그레이프등 도 성장영화인데성장담과 가족영화를 만드는 가장 탁월한 우리 시대의 감독 중 한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영화의 시간은 성장의 시간이기도 한데열두 살 소년 잉마르가 여름 초엽에서 시작해서 겨울을 지나고 다시 여름이 오는 1년 정도의 성장과정을 보여줍니다스웨덴의 여름이다 보니아주 뜨겁거나 하지는 않는데요. <개 같은 내 인생>을 통해 열 두살 잉마르의 여름을 감상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여름 이야기 (sex)

 

잉마르의 여름을 보면 대부분 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외삼촌은 가슴에 대한 상당한 애착과 집착을 보이는 인물로 묘사가 됩니다온갖 상상력들을 들려주는 인물이기도 하고요또 한명의 인물이 프란슨이라는 노인인데노인이 잉마르를 불러서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서 자기 침대 밑에서 잡지를 하나 꺼내들죠그리고는 속옷이 나오는 페이지를 읽어달라고 합니다굉장히 묘한 장면이죠이 영화는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영화인데 이 여름이라는 시간 속에서는 끊임없이 잉마르의 주변 사람들은 성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단순한 프로이트의 용어를 들자면에로스와 타나토스라고 할 수 있을텐데삶을 지배하고 있는 두 가지 측면을 잉마르라는 소년의 주변생활과 여름과 겨울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대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어머니의 죽음을 두고어머니의 요양 때문에 온갖 말썽을 일으켜서 어머니의 속을 상하게 하는 잉마르를 외삼촌 댁에 보냈던 것인데 그곳에서 경험하는 것은 성에 대한 눈을 뜨게 된다는 거예요단순히 섹스의 의미에서 성이 아니라 생명살아있음의 과정에 대해서 애기하는 거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리공장의 누나 베릿이 누드모델을 하는 조각가의 집을 따라 나섯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지중 위로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셨을 겁니다고민 많던 소년이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영화 초반 말썽을 일으킨 잉마르에게 어머니가 왜 그랬냐고 하니, ‘갱년기인가 봐요’ 하고 상당히 조숙하게 말을 할 수 있는 도발적인 소년이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이입니다특히 남자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 중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반드시 거쳐야 되는 통과의례 중 하나는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도시에서의 소녀와 있을 때는 시큰둥하던 잉마르가 보다 성숙하고 조숙한 여인들의 몸에 대한 호기심을 표출하는 장면들과 연결되면서 여름이라는 시간은 조금 더 성장하게 되고조금 더 남자다워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계절과 인생의 대비

 

계절을 통해 인생의 대비를 보여줍니다이 도식이 꼭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이고 지배적인 원리로 보여 지고 있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어머니가 있는 곳은 도시적인 공간이고어머니는 사진 일을 하면서 책을 많이 읽는 인물로 상당히 인텔리인 것 같습니다잉마르가 어머니가 속한 도시에서 죽음을 경험한다면여름이기도 하고 동시에 시골이기도 한 스웨덴의 시골에 가서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데 두 공간의 대비가 영화전체의 공간적 설정들이고 공간적 설정의 흐름을 통해서 영화는 잉마르의 변화와 인생의 성장과정을 담담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74214e3b2ec7d7503755ffd19a83d10b_1524611 영화 <개 같은 내 인생> 중

 

두 장의 스틸만으로 많은걸 해석할 수 있습니다어머니의 공간은 빛도 어둡고 사람들도 상당히 적은 숫자 반해 시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벤트나 사건들을 겪으며 공동체적 경험을 통해 즐거움들을 겪게 됩니다심지어 겨울에 얼음 깨고 들어가겠다는 프란슨 아저씨를 두고 다함께 나와 구해준다거나 하는 장면을 통해 시골의 공동체적 가치나 모습들이 대비적으로 드러나면서 잉마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겪는 힘든 상황들을 받아들이면서 이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온전히 성장하겠구나 하는 유추를 하게 됩니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개 같은 내 인생>이 성공하고 나서 할리우드에서 바로 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로 바로 가지 않고 2편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웨덴의 린드그렌 이 쓴 <삐삐롱 스타킹>의 삐삐 이야기의 2편을 영화로 만들었는데그 소녀 또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섞이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상당히 독립적인 소녀입니다. <개 같은 내 인생>의 잉마르와 비교해봤을 때 라세 할스트롬은 소년소녀들에게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의 장면이 도식은 아니라고 말씀 드렸는데 시골에서도 죽는 사람이 등장합니다겨울이 되어 잉마르가 외삼촌의 집에 돌아왔더니 프란슨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였죠영화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할머니가 잉마르에게 혼자 있다는 건 외로운거야라고 얘기하는데 할머니의 말이지만 잉마르의 말이기도 합니다잉마르가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서거든요할머니와 침대에 누워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걸수 있다는 겁니다재밌는 설정이자 아이러니는 노인이 누워있었던 침대 위에 잉마르가 눕게 되는 장면이 연결되는데죽음이 있다고 한다면 새로운 세대의 탄생이 있는 것이고 서로 연결되면서 인생유전이 연결된다고 하는 고리를 상당히 명백하게 보여주는 설정이 아닌가 합니다누군가의 죽음이 있지만 또 누군가의 삶이 계속 된다는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작품이 <개 같은 내 인생>의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하필이면 제목을 고양이 같은 내 인생을 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을텐데왜 <개 같은 내 인생>일까요영화에서는 가 등장하죠사람들에 의해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결국 라이카는 죽을 목적으로 보내진 거잖아요잉마르는 라이카가 죽을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개를 우주로 보냈다는 걸 마음 아파합니다결국 자신도 홀로 될 수밖에 없고홀로 감당해야 할 시간들이 라이카 처럼 자신에게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토로하는 고리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상처가 되고끝내 잉마르가 직접적으로 말하려 들지 않아요심지어 죄책감도 가지고 있죠나중에 본인들이 여름별장이라고 불렀던 그곳에서 잉마르는 울면서 외삼촌에게 나 때문에 죽은 거 아니라고 말해줘” 라고 말하지요소년이 왜 그런 죄책감을 갖게 됐는지평소에 말썽을 많이 피워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사실은 떠나보내기 힘든 마음일수도 있는 겁니다죄책감이라는 건 단순히 죄의식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감정의 파장이라고 하는데 성장은 그런 의미에서 보면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진정한 의미에서 성장은 내가 엄마한테 잘한것만은 아냐하지만 나는 그 몫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데 내 운명이구나하고 깨닫는 순간입니다잉마르의 고백은 자신의 불안감과 죄책감을 떨쳐버리기 위한 말이 아니라그게 자신이 엄마의 모습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고백하고 토로하는 장면처럼 생각됩니다.

 

라디오 중계가 들리고 잉마르가 사가와 함께 쇼파에 끌어안고 누워있는 장면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여태까지는도시의 또 다른 여자친구와 엄마가 있었던 도시에서 그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는 가지 않았는데이제는 받아들인 것입니다여성 내지 타인에 대해서 관심과 애정들을 편안히 끌어안고 가만히 있을 줄 알게 된거죠어린 강아지나 동물들도 처음에 끌어안으면 버둥거리고 나가려고 하거든요타인의 존재성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못 받아들이게 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잉마르도 그랬던 거에요엄마 안에 편히 있으면 될 것을 계속 튀어나가고 몸부림치고 삐딱하게 굴었다면 이제는 누군가와 끌어안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게 된 잉마르의 모습을 후반부에 보여주면서 저렇게 성장을 하는구나’ 저희에게 알려주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소년이 성장하는 성찰로서 하나는 나쁜 것과 비교하는 지혜거든요우리가 절망에 빠지거나 좌절에 빠지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좋은 것과 비교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소년은 열 두 살에 고난을 겪게 되면서 더 나쁠 수도 있는 자신의 상황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합니다또 하나는 거리를 두고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이 영화가 성장 외에도 이러한 디테일들을 통해 단순히 누가 죽어서내 어머니가 죽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딛고 사는 게 인간의 모습이라는 걸 다양하게 보여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잉마르가 우주를 이야기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잉마르의 현실인 어머니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영화인데 그 모습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없다는 게 가장 신기했습니다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건 소년이 힘든 시간을 통과해서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기 때문에 고통을 표현하는 직접적인 장면이 없구나 생각했습니다가끔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래전에 라이카를 생각한다는건 어머니를 생각한다는 거거든요성장에 대한 이야기성숙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성숙한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나갈 것인지또 더 나은 현실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위한 영화라기보다 어른들에게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해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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