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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영화학교는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진지한 영화 감상과 영화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영화 강좌 프로그램입니다.

[2017 모모 영화학교] 다시 만난 세계: 뉴아메리칸시네마 7강) 브라이언 드 팔마_천 개의 눈

 브라이언 드 팔마의 천 개의 눈 

12월 7일(목) ㅣ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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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영화학교 수업 중인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브라이언 드 팔마는 60년대 카운터 컬처의 영혼을 끝까지 계승한 거의 유일한 감독이다. 60년대 베트남 전쟁과 케네디 암살의 정치적 트라우마, 유럽 모던 영화의 정치성과 히치콕의 영화 세계를 계승하면서 언더그라운드의 실험성을 영화에 담아낸 드 팔마 고유의 영화 전략과 이미지 파워에 대해 살펴본다.

1960년대~1970년대의 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 존 F. 케네디 암살 등의 사건으로 변화가 많았던 시기였다. 이는 당시 영화를 만들던 뉴아메리칸 시네마 감독들에게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지 라이더(Easy Rider) 1969년 데니스 호퍼 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년, 아서 펜 作>,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9년, 샘 페킨파 作> 등 여러 감독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젊은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사회 변혁의 노력이 실패하고 그로 인한 좌절과 죽음, 나아가 테러리즘으로 발전되기도 하는 과정을 묘사한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또한 이러한 경향성에 주목하고 그 과정을 자신의 영화로 끌어들여 실패의 서사를 만들어보며 ‘무언가 실패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곤 했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에는 다른 뉴아메리칸 시네마 감독들에 비하여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그의 영화 세계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이는 그가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영화에 접근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다른 감독들과 다른 지점에 있다는 의미이며, 이 키워드를 통해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세계로 입장할 수 있다.

 

베트남 전쟁과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세계

베트남 전쟁과 그로 인해 파생된 반전 투쟁은 당시 미국 사회의 가장 큰 사건이었고 동시대 작가 대다수에 영향을 끼쳤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초기작 <그리팅(Greetings)>, 1968년 作이나 <안녕 엄마(Hi, Mom!)>, 1970년 作 두 영화 모두 로버트 드 니로가 베트남 전쟁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는 후에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 속 캐릭터를 형성하는데 기여했을 것이라 추측될 정도로 당시 베트남 전쟁은 뉴아메리칸 시네마 감독들에게 큰 화두였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이후에도 전쟁을 모티브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데 이는 서로 다른 시기의 두 영화 <전쟁의 사상자들(Casualties Of War) 1989년 作>, <리댁티드(Redacted) 2007년 作>에서 드러난다. <전쟁의 사상자들>에서는 직접적으로 베트남 전쟁 당시 실화에 대해 다루고 있고 <리댁티드>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 다루고 있다. 두 영화는 전쟁이라는 모티브는 같으나 그 차이를 전쟁의 방식, 도구, 커뮤니케이션 수단 등 시대적 기제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이처럼 베트남 전쟁에 영향을 받아 여러 작품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지닌 인물과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어 온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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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필사의 추적>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과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세계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 당시 브라이언 드 팔마는 스물셋의 나이였고 이 사건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리팅>에서 드러나며, 이후 <필사의 추적(Blow Out) 1981년 作>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암살과 살인의 모티브는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를 관통하는 기본적 주제이며 전반적 내러티브 구조에 큰 영향을 끼친다. 존 F. 케네디 암살 이후 일 년 간 진행된 조사를 거쳐 발행된 워렌 위원회 보고서는 조악한 과정과 결론으로 인해 당시 사회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제프루더(Abraham Zapuruder) 필름이 당시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제프루더 필름은 아마추어 촬영기사인 아브라함 제프루더가 존 F. 케네디가 암살당하는 장면을 우연히 담아낸 8mm 필름이다. 이 필름은 단순히 정치적 암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의미를 넘어 평범한 소시민이 불완전한 단편적 이미지를 통해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미국 사회의 일상적 공포를 드러낸 순간으로 여겨진다. 이 영상에는 소리가 없으며 살인의 순간이 담겨있지만 누가 살해를 자행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이미지가 보여주는 충격성에 비해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증거로는 부족함이 많다. 이는 여러 영화 작가 혹은 감독에게 충격적 순간으로 여겨지는 동시에 “불완전한 단편적 이미지 너머의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하나의 영화적 표상으로 자리 잡는다. 

브라이언 드 팔마를 비롯한 여러 감독들에게 있어서 제프루더 필름을 봤다는 건 단순한 관람자, 관객의 위치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로 인해 ‘목격적 증인’의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세계를 바탕으로 추론하면 그가 ‘목격적 증인’적 태도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측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내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연결되는 대단히 중요한 지점이자 출발점이 된다.

 

Paranoid Film, Conspiracy Film으로서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세계

1960년대~1970년대 미국 영화 장르 안에서 크게 보면 필름 느와르라 할 수 있고 협소하게 보면 Paranoid Film, Conspiracy Film이 형성된다. 이 장르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를 통해 많은 영향을 받는데 1970년대 이후 만들어진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내러티브의 골격이 되며 <필사적 추적>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당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영화의 주된 작동법은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 사건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그 사건은 플래시백으로 표현되지 않는 ‘사라짐’의 정서이다. 이 정서는 당시 미국에서 개봉한 <욕망(Blow-Up)>, 1966년 作과 <정사(L'aventura, The Adventire) 1960년 作>에 두드러지게 드러나며 근본적으로 사라진다는 것, 작은 단편들의 결합과 재구성, 드러나지 않는 것을 포착하려는 시도라는 측면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브라이언 드 팔마 외의 다른 뉴아메리칸 시네마 감독들도 이런 정서에 자극을 받지만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지점 너머에 어떤 진실이 존재하고 끝내 그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희망적 태도를 작품에 반영했다. 그러나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이 정서에 대해 회의적으로 접근하여 실패의 서사를 만들어냈고 이에 대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그 일이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조사되면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가능하다. 이후 수많은 질문들이 난무하게 되지만, 남는 건 오로지 모호함뿐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아무런 진실도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조사는 더욱 어려워지고 진실은 사라진다.”라고 얘기했다. 이는 이후 브라이언 드 팔마가 만들어내는 Conspiracy Film의 기본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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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레스트 투 킬>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세계 속 살인의 모티브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내에서 살인을 묘사할 때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모티브는 ‘응시’에 대한 감각이다. 이는 그의 초기작 <머더 아 라 모드(Murder A La Mod)>부터 최근작 <리댁티드>까지 이어지는데 카메라라는 도구 자체가 살인 장면을 묘사하는 도구로 작용하여 응시자의 관점으로서 카메라가 갖고 있는 공격적 태도에 대해 다룬다. 이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묘사 방식과 유사하다 여겨지지만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속에서는 살인자와 살해당하는 당사자만 존재하던 히치콕 영화와 달리 ‘목격적 증인’으로 제3자를 등장시킨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브라이언 드 팔마 작품으로는 <드레스드 투 킬(Vestida para matar, Dressed To Kill) 1980년 作>을 꼽을 수 있다. <드레스드 투 킬>의 유명한 엘리베이터 시퀀스에서는 브라이언 드 팔마 특유의 전형적 특성이 잘 드러나며 인물 간의 응시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구축한다. ‘응시’라는 행위에 대한 실험적, 연속적 영화로서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캐리(Carrie> 1976년 作>과 <분노의 악령(The Fury), 1978년 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로즈메리의 아기(Rosemary’s Baby) 1968년 作>, 으로 촉발돼 1970년대 할리우드의 주류 서사로 공포의 서사가 주목받기 시작한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포의 서사에 사회적 함의를 담아 실패의 서사로 표현한 작품이 <캐리>, 그리고 <분노의 악령>이다. 두 영화는 트라우마적 사건과 조우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이를 통해 어떤 트라우마를 형성할 때 마주하는 이미지, 그 이미지를 본다는 것, 나아가 본다는 행위 자체가 가져다주는 끔찍한 공포와 그 결과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자라지만 사실 그것은 어떤 트라우마를 형성하는 조각난 이미지에 불과하며, 그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착취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분노의 악령> 마지막 시퀀스를 보면 두 세대 간의 충돌을 다루고 그 충돌은 결국 폭발이라는 파국으로 마무리된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이를 통해 영화적 이미지의 긍정적 힘을 보여주고 뉴아메리칸 시네마로 표상되는 젊은 세대의 창조적 에너지를 보여주려 했다. 그러나 이 에너지는 미국 역사에 대한 트라우마에 기반을 둔 에너지이기에 그 에너지를 폭발시킴으로써 기성세대를 거부하고 기존의 체제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구, 적극적인 저항의 몸짓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는 두 작품을 통해 ‘응시’라는 행위가 반드시 시각적인 것만은 아니며 그렇기에 본다는 것 자체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역설하려 했고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종류의 보는 방법을 초자연적 소재를 통해 접근하려 했다. 이후 <팜므 파탈(Femme Fatale), 2002년 作>을 통해 전보다 분명히 응시에 대한 전이 현상을 다루며 본다는 것, 그리고 이미지가 지닌 힘과 능력에 대해 접근했다. 영화 혹은 영화 속 이미지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것이며, 특히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속 이미지는 항상 치명적이고 이미지를 본다는 것으로 인해 사건에 관여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다. 결국 브라이언 드 팔마뿐 아니라 관객 모두가 ‘목격적 증인’의 상태로 빠져들어 그의 서사 속으로 들어가 다른 방식의 응시를 가능하게 하는 것, 하나의 이미지가 초래할 다른 가능성을 믿게 만드는 것이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세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라는 감독은 여러 형태로 비난받는 작가이며 그 비난을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영화를 통해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의 힘, 현실에 대한 자각, 창조적 생산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  그 방식이 설령 다른 작가들에 비해 급진적이라 할지라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 세계는 흥미로우며 주목받아 마땅하다.

 

정리. 심혜경 모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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