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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영화, 영화를 바꾼 세상 1강) 켄 로치 - 간결한 이상주의

켄 로치 - 간결한 이상주의

10월 25일(목) ㅣ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01. 간결한 이상주의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켄 로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평생 노동자를 위한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다. 1963년부터 텔레비젼 영화를 연출한 그는 현재까지 60여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 했다.

 

1960년대는 텔레비젼이 신생매체로 등장한 시기로 그 영향력이 컸음은 물론 형식적 실험이 가능하여 논란 속에서도 켄 로치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켄 로치의 초기작 <캐시 집에 오다 (Cathy Come Home)>(1965)는 주택 문제를 다룬 드라마이다.


영국의 가난한 신혼부부가 결혼을 해서 집을 구하고 또 돈을 벌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에 관한 이야기인데 영국 공무원 사회의 관료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당시 무주택자들이 많은 시대 상황속에서 600만명 이상이 시청하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 논쟁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그것은 다큐영화와 극영화의 스타일을 섞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하는 켄 로치의 연출 스타일에 관한 것으로 부도덕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출은 이후에도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스타일이다. 켄 로치는 무명배우들을 캐스팅하여 배우로 하여금 그 순간을 살게하는 연출 테크닉을 구사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스팅이며 배우에게 정보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순간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켄 로치는 배우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배우로 하여금 멀리 떨어져 위치시키거나 줌을 사용한다. 조명도 최소화시켜 자연주의적 스타일로 영화를 만든다. 지금도 영국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 텔레비전 영화의 화면을 인용할 정도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1980년대 대처의 등장은 영국을 정치 사회적 격변기로 몰아 넣었다. 그녀는 제조업을 무너트리고 금융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개선했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의 암흑기가 도래했다. 노사간의 타협과 절충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켄 로치는 텔레비젼 4부작 드라마 <지도부의 문제들>(1981)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은 어느 편인가>(1985)를 연출하였는데 당시 노사 양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그것은 감독이 정부, 기업의 문제뿐 아니라 노조 내부의 문제까지 미화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내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말미암아 켄 로치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후반까지 힘든 삶을 살게 되는데 80년무렵까지 같이 일했던 토니 가렛이라는 프로듀서와도 결별하는 등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구원의 손길은 채널4로 부터였다. 켄 로치의 영화는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기 시작하며 전세계 아트하우스 시장에서 전세계로 배급 된다. 이 때부터 켄 로치는 다국적 자본의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02. 리얼리즘 스타일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인 극장판 영화 <케스(Kes)>(1969)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소년의 이야기로 계급의 고착화를 유도하는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였다.

 

주인공 아이의 지독한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한 켄 로치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스타일적인 변화를 꾀한다. 기록영화적인 스타일은 유지하되 과도한 음악의 사용, 점프컷 등의 과시적 스타일을 과감히 포기하며 담백하게 스토리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켄 로치의 이러한 관조적 리얼리즘 스타일은 이후로 그의 영화 세계를 관통한다. 그의 영화에서는 시스템의 악함은 있지만 인간의 악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도록 연출한다.

 

03. 아나키즘

 

90년대 국제영화제의 스타 감독이 된 켄 로치는 <랜드 앤 프리덤>(1995) 이라는 사극 대작을 연출한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이 작품에서 켄 로치는 패배의 원인으로 파시즘 군대의 강함이 아닌 좌파 내부의 분열을 강조한다. 켄 로치는 이 사극 작품을 통해 현대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자본주의의 세가 점점 더 커지는 시점에서 노동자 진영의 자조적 문제의식을 다룬다. 60년대의 켄 로치의 영화에서는 영웅적인 노동자가 그려졌다면 현대의 켄 로치 영화의 주인공 노동자들은 사회의 루저들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도 보여지듯 감독은 우리가 사회의 루저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단면이 아닌 인간 자체를 들여다 보게 만든다. 그들은 피해자이기보다 생기 넘치는 인간 존재들로 결국 미워할 수 없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에서 켄 로치는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을 파토스적 가족 멜로 드라마로 그린다. 이 작품 또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데 영화의 첫 머리부터 영국군이 아일랜드 청년들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린치하는 장면이 포함 되었다. 이 영화 속에서 켄 로치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가 아닌 역사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을 다루었다고 한다. 독립 진영의 한 분파인 강경파를 사회주의 분파로 해석했으며 아일랜드의 독립 후에도 자본가에 의해 지배되는 나라의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가 다른 프로파간다와 다른 것은 인간을 묘사하는 깊이의 차이에서 온다고 하겠다. 켄 로치의 작품 세계속에서 우리는 소설로는 담기 힘든 영화만이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정리. 윤혜정 모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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