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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시니어큐레이터 기획전] Bye Bye 2016년, 그때 그 풍경 - '가장 행복했던 순간' 사연 공모 수상작 3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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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분들의 큰 성원으로 12월 한달간 진행되었던 '모모 시니어큐레이터 기획전- ByeBye 2016년, 그때 그 풍경' 의 막이 내려갔습니다. 마지막 상영작이었던 <원더풀 라이프>는 매진이 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셨는데요, 다시 한번 기획전에 보내주신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원더풀 라이프>의 상영에 앞서 진행되었던 '가장 행복했던 순간' 사연 공모 수상작 3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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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할 때 - 홍천 산골 10월 햇살을 맞을 때 

신동순

 

 많은 이들이 전원 속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걸 실천하는 이, 만족하는 이, 성공하는 이는 많지 않다. 나는 그걸 실천에 옮겼고, 소박하지만 전원의 삶을 누리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내 나이 예순 다섯. 시골에 땅과 집을 마련한 건 불과 7년 전에 지나지 않는다. 고향인 홍천을 그리워하다, 혼자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오지 중의 오지를 겨우 살 수 있었다. 그런데 땅을 제대로 볼 줄 몰라 맹지를 사고 말았다. 발품을 그리 팔았건만, 눈에 뭐가 씌웠는지..... 넉넉하지 못한 돈을 갖고 애를 태우다 그리 됐지, 체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맹지에 길을 내고 우물을 만들고 자그만 집을 짓고 이웃과 친해지기까지, 또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들었다. 다시 하라면 정말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전원의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첫째도 둘째도 땅 공부, 그 다음 체력, 종자 돈, 고지식하고 막무가내인 시골 어르신들과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성격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아무튼 처음 땅을 장만하고는 어찌나 기대가 많았는지. 정말 안 심어본 게 없다. 배추, 고추에서 온갖 야생화까지. 고생해 심고 가꾼 걸 갈무리 하느라 냉장고를 세 대나 샀다. 무, 가지, 밤, 대추 등을 말려서 넣다보니, 맨 날 시래기만 먹는다고 남편이 지청구를 해댔을 정도다. 그래도 남편이 주말마다 함께 내려가 집 만들어준 걸 생각하면 정말 고맙다. 남편은 나와 달리 아주 꼼꼼해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우리 둘이 누우면 딱인 작은 집을 만들어주고, 장독을 묻어주는 등 힘든 일은 다해주었다.

 이제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나의 시골 집. 10월 햇살을 쐬며 갈무리 할 때가 가장 좋은 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10월의 시골 햇살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종일 일 한 후 술 한 잔 마시며 별을 올려다볼 때도, 꽃차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때도 행복하다. 올해는 아픈 조카를 위해, 농약 하나 뿌리지 않고 기른 채소로, 조카에게 맞는 심심한 김장을 해서 전했더니, “이모가 해준 김치가 제 입맛에 꼭 맞아 밥을 잘 먹고 있어요.”해서 더욱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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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와 두 개의 추억

전성미

 

또 다시 겨울, 그리고 12월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라고 조그맣게 소리 내어 말해 보면 영화 속 스크린 장면처럼 떠오르는 어렴풋한 추억들이 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가 되면 거리에는 이국의 언어와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노래들로 가득 넘쳐났다.

 

크리스마스보다 더욱 기다려지고 설레던 크리스마스이브도 기억한다. 작은 앞마당에 있던 이름 모르는 늘 푸른 나무에 아버지와 함께 곱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약솜을 여기저기 뜯어놓으며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날만큼은 울지도 나쁜 마음도 갖지 않으려는 착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잠을 자고 나면,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머리맡에 놓고 간 빨간 양말 주머니에 지팡이 모양이며, 별 모양의 예쁘고 맛있는 사탕과 과자가 들어 있곤 했다.

 

이러한 맑은 동심의 순간들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로는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겨울의 어느 날, 나는 마음이 분주해졌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족과 함께 발레 ‘호두 까기 인형’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으로 ‘예술의 전당’에서 가장 좋은 좌석도 예매해두었다. 그런데 ‘예술의 전당’에서 뜻하지 않은 화재가 발생하였고 공연도 취소되었다. 힘든 고3 생활을 마무리하는 아들과 서로 직장 생활로 바쁜 우리 가족을 위해 꼭 같이 하고 싶은 시간이었기에 나는 낙심하였다. 그러나 ‘국립발레단’에서 장소를 변경하여 자선 공연을 겸하여 공연을 한다고 했고, 그 공연을 같이 본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기뻐했다.

 

로빈 윌리암스가 피터 팬으로 나왔던 영화 ‘후크’에서는 자신이 피터 팬이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기억을 되찾고 ‘행복한 생각’을 하여 드디어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성공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일 내가 행복한 생각을 하여 하늘로 날아올라야 한다면, 이 두 번의 크리스마스이브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 처럼 단 하나의 행복했던 기억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고민 끝에 선택할 것이다, 나의 많은 좋은 날들을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가신 그리운 아버지와 함께 했던 그 어릴 적 크리스마스이브의 한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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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원더풀 라이프'도 변한다

정근원

 

2년 전 심층심리상담을 배우기 시작할 때 인생에서 행복했던 세 가지를 쓰라는 진단지 앞에서 멍해졌다가 바로 써내려갔다. 밤 12시에 쌍둥이 호수 건너편까지 홀로 수영을 하며 부서지던 보름달 빛. 독일의 ‘검은 숲’을 경비행기로 낮게 날면서 단풍 속으로 들어갔던 때, 남프랑스 산악지대에 초대받아 혼자 문밖을 나서면서 만난 햇살에 투명하게 빛나며 흔들리던 숲. 그 때 반 고흐가 왜 불꽃같은 나무를 그리는지 이해가 되는 거 같았다.

 

상담가는 세 가지 경우에 공통되는 게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고 대답하자 잠시 침묵했다가 그 외에 다른 것은 안 보이느냐고 물었다.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아서 쭈볏거리자 세 경우 다 혼자였느냐고 물어보았다. 물론 동행자가 있었다고 말하는 순간 머리에 무언가 둔기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서 쓴 행복했던 세 가지는 아주 달라져 있었다. 세 경우 모두 타인과 함께였다. 같이 공부하고 일하는 분들이 추상적으로 말하는 내 말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아주 매몰차게 지적해 줄 때 순간 느낀 감동이었다. 내가 상처 받을까봐 매우 걱정하며 나를 바라보는 겁먹은 눈빛은 사랑이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려는 게 아니라 말밑에 흐르는 다양한 감정의 색깔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문득 느끼는 바닥에서 만나는 느낌. 이럴 때 느끼는 행복감 또는 충만감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다.

 

 전에는 나의 원더풀 라이프가 ‘나’에 집중되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했을때 ‘나’ 홀로 느끼는 ‘나의’ 감동이 떠올랐었다. 거기에 타인은 없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함께’ 기뻐하고 상대와 내가 ‘함께’ 해서 ‘하나’가 된 느낌 속에 느끼는 행복감이 먼저 떠오른다. 둘은 참 다른 행복감으로 그 질(質)이 다르다. ‘나’에게서 걸어 나오는 게 힘들지만 그러지 않으면 나르시시즘에 머물다 가는 인생에 불과할거란 생각을 하면서 타인의 진실을 느끼려 애쓰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렸던 게 자기애에 불과했던 충동적 만족으로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지 않았는지 반성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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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여 주신 세 분을 비롯 사연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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