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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에

영화 후에는 아트하우스 모모의 관객참여 프로그램입니다. 관객들이 나누는 영화 이야기로 새로운 시선과 감성을 더해갑니다. 매달 마지막주 2회차 영화 상영후 진행됩니다.

[후기] 2019년 3월의 영화後후에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나는 반대한다> 당신은 무엇에 반대합니까?

2019년 3월의 ‘영화後후에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 : 나는 반대한다


당신은 무엇에 반대합니까?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는 올해도 작년에 이어, 아트하우스 모모 큐레이터들이 이끌어나가는 ‘영화후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화후에’ 프로그램은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모모 큐레이터들과 모여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영화관에서 이야기 나누는 GV와 달리, 훨씬 캐쥬얼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편안한 프로그램으로 콘셉트를 잡고 있다. 사전신청도 받고 있지만, 아무 신청 없이 바로 참여해도 좋은, 누구에게나 열린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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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0일 토요일, 아트하우스 모모의 오후 2시 상영작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였다. 올해 첫 ‘영화후에’ 프로그램의 영화가 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는 세상의 부당한 모든 차별과 싸워온 미국의 여성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오후 4시가 되기 전에, 아트하우스 모모 옆켠에 있는 ‘앤의 다락방’에서 ‘영화후에’가 진행되었다. 오전에 보슬비가 내렸던 탓이었는지, 사전신청을 받아 집계했던 관객 9명보다 저조한 수치인 관객 2명이 참석했다. 나머지는 모모 큐레이터들이 참석해 총 11명의 인원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몇 초간 감돌던 어색한 기운을 참지 못하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이 영화에 대해 미리 알고 계셨나요?”

 

“네, 저는 사실 작년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봤었어요. 그때 어떤 내용인지도 전혀 몰랐고, 끝나고 GV가 열려서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못했었죠.”

 

관객 양지은 님의 대답이었다. 한민석 님의 경우, 평소 아트하우스 모모의 뉴스레터를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오늘 영화와 ‘영화후에’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된 것도 뉴스레터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날은 모모 매표소 오른편에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기대평을 포스트잇에 적을 수 있도록 이젤 보드를 설치했다. 그 포스트잇의 한 문구를 김형욱 큐레이터가 언급하며 본격적인 진행이 시작됐다, 

 

“위대한 여성, 강인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봤는데, 저는 ‘거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구요. 다들 어떠셨나요?”

 

“네, 맞는 것 같아요.”

 

“저는 그녀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이야기해나간 것이고 특별히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다는데도 법 앞에서는 무척 이성적이었고,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차별에 대해 강경히 판단 내렸다는 게 대단해보였어요.”

 

“아쉬웠던 점은, 그녀에 대해 비난하는 동상들이 나오는 오프닝이 강렬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라 그랬는지 몰라도 중간 중간 지루한 감은 있더라고요.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기꾼’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난 부분은 좀 더 알고 싶었는데, 아주 짧게 나온 것이 아쉬웠어요.”

 

각자 자신들의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페미니즘’이 화제에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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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조용하고 결코 분노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부분이 우리가 소위 ‘페미니즘’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과 다른 점이더라구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이하 RBG)는 강경한 여성운동가의 모습도 아니고, 오히려 극보수의 남자 대법관과도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사람이었잖아요. 자신의 색깔과 모습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단단한 사람이었고 휴머니즘도 있는 사람이었죠. 확실히 RBG는 ‘센 언니’ 스타일은 아니예요. 내성적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고, 농담도 잘 못 했다고 했고요. 그런데 그런 모습으로,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의 자리에까지 간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네, 정말 미국이 저렇게까지 보수적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양지은 님은 특히 두 번째로 이 영화를 본 관객으로서, 처음보다 두 번째 보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RBG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장면 장면이 깊게 와 닿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 RBG의 남편, 마티의 역할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성적인 RBG와 달리 마티는 외향적인 성격에 농담을 잘 하는 남자였다(* 기록자 주 - 요리에 도통 소질이 없는 RBG에 대해 자신은 'cooking'을 하고, RBG는 ‘thinking'을 잘 한다고 라임을 맞춰 농담하는 장면에서도 그녀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신뢰도 느낄 수 있었다).

 

“RBG 자신이 처음 ‘뇌’가 있다고 느끼게 해준 남자였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둘의 사랑과 파트너십이 부러웠어요.”

 

이야기는 다시 여성주의적인 시각에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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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시대의 미국과 비슷한 것 같은데, 여성들은 사회에서 아직도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워요.”

 

“문제의식이 없었던 남성 백인 대법관들이 충격적이었는데, 진짜 남성들은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별 생각이 안 드는 걸까요?”

 

“남성들은 여성과 애초부터 차이가 벌어져 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여성들이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깊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남자들만 입학하는 것이 관례였던 ‘군사학교’에 첫 여성 입학생을 받도록 한 RBG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어요. 언젠가는 여성 졸업생들을 자랑스러워하게 될 거라고.”

 

“사실 저는 남자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보면 놀랍고 오히려 나는 남자라 운이 좋은 거구나, 싶기도 해요.”  

 

‘법’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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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기에 이미 제정되어 있는 법이 당연하지 않다는 RBG의 주장도 멋졌죠.”

 

“RBG는 여성으로서의 피해의식 없이 자신의 전문 분야인 ‘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어요. 내 방식대로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깨닫게 돼요.”

 

“네, 모두가 여성운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니죠.”

 

이야기가 마무리 될 즈음, 참석한 관객분께 참여 소감을 물었다.

 

“GV는 전문가가 와서 각자 손을 들고 질문해야 하잖아요. 이렇게 소공간에서 만약 말이 막히면 또 누군가가 이어가며 바로바로 대화가 흘러가는 점이 좋아요. 오늘 영화의 정보뿐만 아니라 각자 느낀 디테일함까지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영화후에’ 참석은 처음인데 다양한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후 약속으로 조금 일찍 자리를 비운 한민석 님은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다. 

 

‘영화 초반부에서 RBG를 욕하는 남자 동상들의 모습과 그녀가 자세를 버티는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연결되면서 이 영화의 핵심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후에’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2시 영화에 꾸준히 진행될 예정이다. 지인과 와도 좋고, 혼자 오면 더 좋은 ‘영화후에’가 다음 달에는 더 많은 관객들과 의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들로 채워지길 바란다.


사회: 김형욱 모모 큐레이터

사진: 이호선 모모 큐레이터

기록: 이가진 모모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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