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은 그 동안 영화사 백두대간과 인연을 맺었던 거장 감독 또는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기록합니다.
프랑수아 트뤼포 - 영화광에서 비평가로, 비평가에서 영화감독으로 - 누벨바그의 기수

"나는 영화를 볼 때 꼭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이 들어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만드는 고통이 보이는가,
둘 중 어느 것이든 표현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영화,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 않는 영화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 프랑수아 트뤼포
사랑에 목말랐던 시네마 키드
프랑수아 트뤼포는 1932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건축일에 종사했고 어머니는 비서였다고 하나 일설에는 그가 사생아였다고 할 만큼 불행한 가정에서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받은 심리적 상처는 훗날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신비스러운 혹은 공포스러운 존재로서의 독특한 여성관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 당한 트뤼포에게 극장은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인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 주는 천국과도 같았다. 외부 세계와 차단된 영화 속에서 그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고, 이 때 그가 섭렵한 영화들은 그의 영화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광적으로 영화에 몰입하며 영화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꼼꼼하게 감상 일지를 작성하는 등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했던 트뤼포는 15세 때 영화 모임을 결성하고 이 모임을 ‘영화 중독 집회’라 명명할 정도로 영화광으로서의 의욕을 비쳤지만, 당시 앙드레 바쟁(Andre Bazin)이 운영하던 ‘카티에 라탱 시네클럽’과의 경쟁으로 실패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 바쟁과의 극적인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에 의해 트뤼포는 감화원에 수감되나, 바쟁은 그가 감화원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주었고 그의 일생 동안 트뤼포의 정신적인 아버지로서 그를 격려하고 이끌어 주었다. 그는 바쟁의 보호 아래 장 뤽 고다르, 자크 리베트, 클로드 샤브롤 등 당대 예술인들과 교류하며 [까이에 뒤 시네마] 誌에 글을 기고하는 등 평론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프랑스 영화계를 일깨운 칼날 같은 비평
트뤼포는 1954년 [까이에 뒤 시네마] 誌에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이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본격적인 비평가로서의 명성을 날린다. 이 글을 통해 트뤼포는 종래의 프랑스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며 감독 자신의 개성이 결여된 것을 비판하고, 감독 자신의 독창적인 작가 정신이 담긴 ‘작가의 영화’를 만들 것을 주장한다. 트뤼포는 “진정한 감독은 작가 정신을 가지고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자신이 감독할 작품의 스토리를 스스로 발견해 내는 이들”이라 말하며 장 르누아르, 로베르 브레송, 장 콕토, 자크 타티 감독 등을 예로 들었다. 그의 ‘작가주의’는 당시 프랑스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훗날 누벨바그 감독들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빚어낸 새로움의 미학
트뤼포는 로베르트 로셀리니 감독 아래서 3년 간의 조감독 시절을 거친 뒤 첫 장편 영화인 <400번의 구타>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한다. 그는 친구인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등 감독뿐 아니라 평론, 각본, 연기 등 영화 전반에 걸쳐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재능 있는 영화인이었다. 그는 자신의 영화인 <야성의 소년>에서 의사로, <아메리카의 밤>에서는 감독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에서는 과학자로 연기한 바 있다. 그의 작품 중 12편의 각본을 직접 쓴 트뤼포는 소설을 각색하는 경우에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창조해 내기 위해 충분히 작품에 몰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트뤼포는 당대 영화의 나아갈 바를 명확하게 짚어 낸 뛰어난 평론가였으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성이 탁월한 영화들을 선보였다.
Filmography
<신나는 일요일>(1983), <이웃집 여자>(1981), <마지막 지하철>(1980), <여자들을 사랑한 남자>(1977), <용돈>(1976), <아델 H 이야기>(1975), <아메리카의 밤>(1973), <나처럼 아름다운 여자>(1972), <두 명의 영국 여인과 유럽 대륙>(1971), <야성의 소년>(1970), <미시시피의 언어>(1969), <도둑맞은 키스>(1968), <검은 옷의 신부>(1967), <부드러운 살결>(1964), <쥴 앤 짐>(1961), <피아니스트를 쏴라>(1960), <400번의 구타>(1959)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