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은 그 동안 영화사 백두대간과 인연을 맺었던 거장 감독 또는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기록합니다.

데이비드 린치 - 컬트의 왕, 영화계의 카프카

 

112370184397ee5d2d921e27c7fbb66d_1472776

 

내 모든 작품들은 누군가 만들거나 영화로 찍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이상한 세계들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이상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 데이비드 린치

 

 

I. <컬트의 왕> 데이비드 린치 

 

만드는 영화마다 충격적인 영상과 그로테스크한 내용으로 얌전한 관객들을 순식간에 열렬한 ‘컬트광’으로 변모시키는 ‘황금의 손’을 가진 감독, 데이비드 린치. 그는 컬트 영화 감독들 중 가장 화려하게 상업적 성공을 거둔 것으로 헐리우드의 연구 대상으로 손꼽히는 동시에 미학적인 가능성 또한 최대한 발현시키고 있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컬트 영화의 대변자, 린치는 <이레이저 헤드>, 단 한 편으로 단숨에 컬트 영화의 거장 대열에 올라섰으며, 1950년대 로저 코만의 B급 공포 영화들에서 시작되어 70년대 말까지 계속된 싸구려 컬트 영화의 전통을 한 차원 높인, 새롭고 보다 지적인 컬트 영화의 세계를 만들어내었다. 

 

또한 린치는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는 있지만, 가장 비헐리우드적인 감독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인디펜던트 감독의 대표 주자이다. 그의 이러한 인디펜던트 정신은 83년 <스타워즈>와 <제다이의 복수>의 연출 제의를 거절한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데이비드 린치는 <엘리펀트 맨>과 <블루 벨벳>으로 작가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한 후, 1990년 <광란의 사랑>으로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게 되면서, 프랑스의 ‘까이에 뒤 씨네마’로부터 “컬트의 왕” 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린치는 <트윈 픽스>를 만든 후, 현재 프랑스 영화사 CiBy 2000의 지원으로 <로스트 하이웨이>를 촬영중이다. 

 

 


II. ‘영화계의 카프카’, 데이비드 린치 

 

영화계의 카프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작품 세계는 인간 내면에 깊숙이 숨겨진 영혼과 무의식의 어두운 세계를 섬뜩하리만큼 냉혹하게 해부하고 있다. 

 

린치의 이러한 스타일은 음습하고 음울한 분위기, 현실과 환상의 경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윌리엄 블레이크와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적 전통에서 그 원천을 찾을 수 있다. 카프카의 <심판>과 같이 데이비드 린치 또한 인간의 어두운 무의식의 세계를 묘사하는데 있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새로운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다. 

 

조르쥬 멜리에스의 초기 무성 영화들,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대가 로버트 비엔느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루이 브뉘엘의 <안달루시아의 개>,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 빌리 와일더의 <선셋 블레바드>등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소위, ‘표현주의’ 영화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린치는 또한 자신의 영화 세계에 헐리우드 B급 영화 전통을 접목시킴으로써 독창적이고 격조높은 작품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III. <화가의 눈을 가지고 있는 감독> 데이비드 린치 

 

“나는 내 그림들이 움직이기를 원했다” 라는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한 린치의 고백은 화가 출신인 데이비드 린치가 스토리보다는 하나 하나의 이미지들을 중요시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리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그와 동시대의 감독들 중 피터 그리너웨이, 팀 버튼, 스티븐 프리어즈 등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감독들 또한 데이비드 린치와 같이, 주제나, 메시지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 자체의 뉘앙스와 결(texture)을 중시하는 화가의 눈을 가지고 있는 영화 감독들이다. 

 

 

 

IV. 한 번에 한 프레임씩 ! 

 

"장편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70개의 장면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라! 그후에 70개의 3 x 5 size 크기의 카드에 그려 넣으면, 하나의 영화가 탄생한다"라는 린치 자신의 이야기나 “린치와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한 번에 한 프레임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는 <이레이저 헤드>에서 헨리역을 맡았던 잭 낸스의 이야기는 린치 감독이 어떠한 방식으로 작품을 구성해내는지, 그리고 얼마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통제하면서 작업하는지를 잘 보여준다.